한겨울 낙엽진 나무가 온 산에 가득해도
눈 속에 비슷비슷하니 그 모습 분별
못하겠네
홀로 봄빛 띠고 어느 곳에 있는고
높은 산 위에 우뚝 선 한 그루
소나무.
박익(朴翊, 1332-1398)
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하니
봉래산 제일봉에 낙낙장송 되얏다가
백설이
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
성삼문(1418-1456)
낙낙장송 :높게 솟은 소나무
만건곤 :건곤은 하늘과 땅을 말함. 그 하늘과 땅에
가득하다는 뜻.
독야청청 :홀로 푸르름.
봉래산은 지금의 서울 남산입니다.
솔이 솔이라 하니 무슨 솔만 여기는다.
천심절벽에 낙낙장송 내 긔로다.
길 아래
초동의 접낫이야 걸어볼 줄 있으랴.
솔이(송이松伊)
조선시대 '솔이'라는 기녀가 쓴 시조.
당신네 들이 나를 두고 솔아, 솔아(지은이의 기명) 마구 불러대지만,
기녀라고 함부로
대하는 거냐? 신분이 천하다고 내 정신마저 낮고
천한 줄 아느냐? 나의 지조와 이상은 저 천길 절벽 위에 우뚝 솟은
소나무와 같고
고상하느니라. 나무하는 아이의 작은 낫을 감히
내 가지에 걸 수나 있으랴
간밤에 불던 바람 눈서리 치단 말가
낙락장송 다 기울어 지단 말가
하물며 못다
핀 꽃이야 일러 무삼하리오
유응부(?-1456)
지난 밤에 불던 바람에 눈과 서리까지 몰아쳤단 말인가
우뚝 솟은 큰 소나무(단종
따르는 충신들)가 다 쓰러져 가는구나
하물며 아직 못다 핀 꽃(이름 없는 선비들)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
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지거늘
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는다.
구천의 뿌리
곧은 줄을 글로하여 아노라 윤선도
어인 벌레인데 낙낙장송 다 먹는고
부리 긴 딱다구리는 어느 곳에 가 있는
고.
공산에 낙목성 들릴 제 내 안 둘 데 없어라 무명
솔아래 아이들아 네 어른 어디 가뇨.
약 캐러 가시니 하마 돌아오련마는
산중에
구름이 깊으니 간곳 몰라 하노라 박인로
솔아래 앉은 중아 너 앉은 지 몇 천년 고
산로 험하여 갈 길을
모르는다.
앉고도 못 이는 정이야 너나 내나 다르리 무명
벽산 추월야의 거문고를 비겨 앉고
흥대로 곡조 집허 솔 바람을 화합할 제
때마다
소리 냉냉함이어 추금(秋琴) 호(號)를 가졌더라
안민영
화자는 푸른 산 가을 달 밤에 솔바람에 맞추어 곡조를 부르고,
호가 추금인 강대운이란
사람이 곁에서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표현.
대나무를 심어서 울타리를 삼고 소나무를 가꾸니, 그것이 바로 정자가
되는구나.
흰구름이 덮인 곳에 내가 살고 있다는 걸 그 뉘가 알 수 있겠는가?
다만 뜰 가의 학이 오락가락 하는데, 그것만이 내
벗이로다!
김장생(1548∼1631)
바람에 휘었노라, 그러니 굽은 솔이라고 하여 비웃지는 말아라.
봄 바람에 핀 꽃이 늘
고울 수 있으랴.
바람이 세차게 불고 눈이 어지러이 흩날릴 때면 너야말로 나를 부러워하리라.
인평대군(麟坪大君 ; 1622∼1658)
청송사(靑松辭)
소나무 아 푸르구나 초목의 군자로다
눈서리 이겨 내고 비 오고 이슬 내린다 하여도
웃음을 보이지 않네
변함이 없구나 겨울이나 여름이나 항상 푸르고 푸르구나
소나무에 달 오르면 그대는 잎 사이로 달빛을 금모래처럼
채질하고
바람이 불면 아름다운 노래 부르는구나
사명대사
山寺詩 (산사시)
寺在白雲中白雲僧不掃 (사재백운중백운승불소)
客來門始開萬壑松花老
(객래문시계만학송화노)
李奎報 (이규보)
흰 구름 가운데 산사(山寺) 한 채 산승(山僧)은 흰 구름 쓸어내지도 않누나.
손님
찾아오면 문은 그제사 열리고 첩첩 골짜기엔 송화가루 휘날레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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